동네 산책을 하다가 붕어빵을 사다 먹었어요.

겨울 공기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붕어빵이 떠오르곤 해요.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집 근처 골목길을 걸어요. 산책을 핑계로, 사실은 붕어빵 냄새를 쫓아가는 거죠. 오늘도 그렇게 발길이 닿았어요. 작은 가로등 아래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어요.

 

붕어빵이 구워지는 철판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더라고요. “따끈따끈한 붕어빵 나왔어요!” 사장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저도 모르게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천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어요. 열 마디 말보다 그 순간의 기대와 설렘이 제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을 거예요.

“세 개는 충분하죠?” 사장님이 물으시기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실 세 개로는 부족할 것도 같았지만, 맛을 보면서 추가로 살지 말지를 결정하려 했어요. 철판 위에 올려진 붕어빵의 금빛이 저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맛,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죠.

 

붕어빵 봉지를 손에 들고 골목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손끝이 봉지에 닿을 때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첫 번째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기분,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요. 뜨거운 앙금이 혀를 살짝 데였지만, 그마저도 이 계절을 즐기는 방식 같았어요.

 

길가에는 겨울 분위기가 가득했어요.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아 있었고,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고 있었어요. 그런 틈에서 붕어빵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걷는 제 자신이 묘하게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였어요. 꼭 도시의 겨울을 느끼는 어떤 영화 속 장면 같기도 했어요.

 

붕어빵 하나를 다 먹고 나니 다음 게 또 궁금해졌어요. 금방 사라져버릴 줄 알았던 행복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두 번째 붕어빵을 먹으면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왜 겨울엔 붕어빵일까? 왜 유독 추운 날씨와 잘 어울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붕어빵은 단순히 간식이 아니라 이 계절을 대표하는 하나의 풍경 같더라고요.

 

마지막 하나는 아껴 먹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금방 사라져버리고 말았어요. 속이 든든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니, 왠지 모르게 주변 풍경이 더 예뻐 보였어요. 붕어빵 냄새가 여전히 제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오늘도 그 작은 간식 하나가 저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했어요.

 

길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붕어빵 봉지가 가벼워진 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요. 또 언제든 이 길을 걸으면 따뜻한 붕어빵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겠죠? 문득, 겨울은 이런 순간들로 꽉 차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한 산책이었지만, 제게는 더없이 특별한 하루였답니다.